겨우 서너 달 휴식했다고 책임이 부여되는 각종 서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것은 곧 휴식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병원에 다녀왔다
그동안 의사선생이 내 얘길 많이 들어주고 또 얘기해주고 꽤 자주 보았다고 이젠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그간 내 얘기와 상황을 지켜본 바 의사선생은 나와 내 직업군이 맞지 않다 조심스럽게 얘기해주었다
이제 휴식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일터로 나가노라 얘기하는 내게 할 얘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겠지만 나는 수동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얘긴 또 이 의사선생에게 처음 들어보네 공부한 자니까 맞는 얘기겠지?
지금의 심정을 묻기에 '아, 가기 싫다' 라는 생각만 든다 했다 지극히 정상이라고 한다
원래 회사는 가기 싫은 게 정상이라고 그래 돈 버는 일터가 가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오후의 남쪽지방은 겨울과 걸맞지 않게 따스한 햇살이 늘 비춘다
본가에서 잠을 자거나 언니네에서도 장가들기 전의 우리 막내집에서는 안 그랬는데
혼자 사는 아파트에만 오면 잠이 안 온다
어제는 통 잠이 안 들어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월드컵 경기를 봐야했다
그래서 몽롱하다 졸리고 쳐지는 기분이 든다
엄마가 아파트에 와서 점심식사를 함께 먹고 볼일있다 하시어 시장입구에 내려드렸다
그리고 좀 걸으려고 학교에 가서 짧게 걷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들어왔다
요즘 조규찬의 음악에 다시 빠져있다
우연히 듣게 된 '편도행' 이라는 곡인데 여러 번을 들어도 이 노래가 너무 맘에 든다
노랫말이 내 얘기인 것도 같고 그만의 리듬감이며 발음이 딱 조규찬만이 부를 수 있는 곡이다
고등학교 때 박학기와 함께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에 사인회하러 들러주었던 친절한 가수
나도 중년이 되었으니 그도 꽤나 나이를 먹었을 텐데도 목소리와 감성은 변함이 없다
그렇게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노래를 불러댔을 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 한 명의 초심잃지 않은 자 종신옵빠의 '메뉴' 라는 신곡도 너무 좋아서 벌써 몇 번을 들었다
그가 젊었던 시절에 부르던 멜로디와 목소리가 느껴져 여러 번 계속 듣고 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니 동질감이 솟아나 노랫말이 가슴에 박히는 것 같다
코가 빨개지는 겨울엔 특히 12월엔 우리 막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참 많았기에
요즘같은 12월에는 더욱더 보고싶다 참말로 보고싶다 보드라운 볼을 부비고만 싶다
혼자서 광화문을 거닐거나 경찰청 앞을 지날 때엔 어김없이 생각이 난다
얼른 이런 그리움이 전부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다
각종 그리움부터 일터의 스트레스도 타파될 만큼 수학공부를 많이 하고싶다
수포자였던 내가 수학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도래한 이 시점을 서글프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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