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6 21:37

SUNDAYPOST 고독의 발명

1. 별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서도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생애 첫 임플란트 시술에 관해 끄적여보고 싶어서다
2015년 가을께 어금니쪽을 처리하기 위해서 아버지 동문이 운영하는 치과에 갔었다
어금니부분이 심상치 않았기에 더 미룰 수 없어서 뭔가든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인생에서 가장 싫어하는 곳을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던 것이다
정말 용기를 내어 방문했는데 엉뚱스럽게도 이대로는 치료 불가라고 한다 왓?
어금니의 공간으로 쏠린 치아때문에 임플란트든 뭐든 못하니 치아를 바로 잡아오라한다
엄마는 나이도 많은데 그냥 치료하는 쪽으로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했지만 
양심적인 진료로 유명한 그 쌤은 아주 단호하셨다
그때부터였다 서른을 훌쩍 넘기고서 치아에 철도를 깔아야만 하는 서글픈 행보의 시작이 .
그렇게 임플란트를 위한 교정 라이프는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계속 되었다
2. 5월 24일 금요일 반차를 쓰고 교정 관리 치과에 향했다
평일이라 늘상 가던 야간진료 때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의 여유로운 치과는 내가 가자 기다렸다는 듯
일사불란하게 아랫니의 철도길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의사는 임플란트 시술 후 곧장 와서 다시 철길을 깔아야한다고 했다 왓?!
예약되었던 3시다 오랜만의 버스는 바짝 긴장 상태의 나를 더더욱 짜증스럽게 했다
더운데 에어컨 가동도 아니되고 여러가지로 신경쓰였다
3시 전에 도착해서 덜덜 떨리는 모습 그 자체로 대기실에 착석했다
이상했다 내 수술 시간 후에는 더이상 환자를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들어온 후론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간호사며 의사며 다들 치과스럽지 않은 수술가운 같은 것을 걸치고 수술실의 각종 도구는 포일같은 것으로 싸여져
나의 공포심이 점점 더 고조되어갔다 아놔 그냥 하지 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오전에 아버지가 치과 들를 일이 있어서 이미 한 차례 얘기를 하고 가셨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무서워서 식음을 전폐한 상태라고 .  의사와 간호사는 긴장할 것 없다고 다독여주셨다
그리고 그때 엄마가 도착하셔서는 또 애가 겁이 많아서 호호호 잘 좀 부탁하니다 하시곤 시장을 보러 가셨다
그리고 클래식마니아 의사는 음악의 볼륨을 더 높이는 듯 했다
교향곡이나 피아노 곡도 아닌 웅장한 클래식 곡이었는데 당연히 제목은 모르고 여자목소리도 중간중간에 들어가서
수술실에 드러누워있는 동안의 나는 정말 영혼이 완전히 탈출한 상태였다 공포의 클라이막스였다
마취됐으니 아프지 않을거야 맘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금방 끝날거야 계속 되뇌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걸리는 듯했다
뼈를 뚫는 동안은 정말 발끝까지 진동이 느껴졌는데 어릴 때부터 달달한 것에 심취했던 내 모습을 깊이 반성했다
왜왜왜 왜 나만...
남들이 안 하는 것만 죄다 하고 남들 다하는 건 하나도 못하는 건지 그곳에 누워서는 별의별 생각들을 다 하고 있었다
수술대에 누운지 한 시간 지나서 일어났다
완전 넋이 나간 상태였기에 의사와 간호사의 얘기는 오롯하게 귀에 담기지 않았다
교정 치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냉찜질 얼음팩을 볼에 붙여놓은 채 정신나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아랫니에 다시 철길을 깔고 집으로 돌아오니 퇴근시간인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3. 토요일 어제 시술한 부위 소독하러 치과 방문 후
약간 부은 볼을 부여 잡고 독서에 빠져보기로 했다 이꼴로 사무실에 나가서 밀린 업무를 하기는 싫고
지난번에 사 둔 몇 권의 책을 집어들었다 무라카미의 산문집은 술술 잘 읽힌다 
그래서 돈 주고 사 놓아도 결국 다 읽게된다 
다음주엔 우리 막내가 본가로 좀 와 주면 좋겠다 심약해지고 우울감이 밀려들면 막내둥이 얼굴이 보약인데 .

2019/05/18 19:46

RAIN FALL

1. 하루종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오래간만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아니되는 운명을 가졌으나 오늘의 비는 좋았다
덕분에 비오는 당직실에서 하루종일 졸음을 쫓으며 각종 주전부리로 긴긴 시간을 버틴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전부터 먹고 싶던 예가체프 아이스커피를 들이키며
노브랜드 매장의 오렌지를 구입하여 차를 몰고 집으로 곧장 들어왔다
그간의 피곤이 온몸으로 밀려들면서 당직실서 먹었던 음식물들이 역류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2
언니의 아파트 구입 후 우리 가족은 서울서 모이는 일을 자주 가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가족이 늘어난다든지(?) 하는 정상적인 가족의 변화를 경험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언니가 넓은 집을 구입하는 쾌거를 통해 가족해체가 심각한 요즘에 화목한 가족으로의 행보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차를 몰고 서울과 경기도 등지를 쏘다니고 있는데 연로한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선사한 것같아 좋다
그리고 언니의 아파트주변과 새로운 곳의 탐방(?)이 아버지는 즐거우신 듯 엄마가 서울갈 때 또 함께 가자신다
그간 직장에 다니시느라 우리끼리 서울을 쏘다닐 때 말로만 들었던,
TV속에서만 봐 오던 곳을 직접 가서 보고 경험하는 일이 꽤 괜찮은 시간이 되신 것 같다
3
늘 그렇듯 요즘도 직장에서의 시간은 힘들다
가방 속의 안경과 손목아대는 손목터널증후군, 시력감퇴로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시큰거릴 때는 아대를 끼고 마우스질을 하는데 엄청 억세보이는 단점이 있어 운전할 때만 착용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라는 믿음을 품은 지 수십년째지만 아직 경험을 못해보고 있다
오랜만에 옛 사무실 선배님과 학교뒤의 파스타집에서 저녁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캠퍼스도 걷고 하며 조금 힘든 시간을 달래었다
사람 때문에 힘이 들지만 또 사람으로 치유받는 얄궂은 우리네 인생사다
4
사무실 근처 크레이프케이크가 아주 괜찮은 카페에서 모퉁이 전신거울이 있기에 한 장 찍어보았다
요상한 조합의 빈티지 풍의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약간 취향이 변하는 건지 예전엔 이런 덴 질색했었다



2019/03/16 23:07

MARCH

1. 얼마만의 포스팅인가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어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비슷하고 무난한 3월이다
언뜻 봄냄새나 여름 향 비슷한 느낌이 들 때 그나마 봄이 오는구나 하고 새로운 기분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말 몇 초 정도인 찰나여서 그것으로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덮어버리기엔 역부족이다
2. 3월 첫 날에는 언니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놀러 갔다
아파트에 방문하기 전 젤예쁜동샹의 집에 들러 허겁지겁 점심을 차려먹고 안경을 맞추러 백화점에 갔다
라섹 시술한 지 4년만의 안경 착용이다 그래도 십 년은 갈 줄 알았는데 .
노상 쳐다봐야 하는 컴터와 출장길의 직사광선 & 미세먼지, 야밤의 운전 등이 시력감퇴를 불러왔을 게다
4년만의 착용이지만 안경을 끼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큰 백화점에 온 김에 각종 쇼핑을 즐기려 했지만 1층에서 디퓨져 하나 구입 후 급격히 저하된 체력으로 인해 급히 귀가해야만 했다
언니네로 갔다. 삼남매 재회하여 바로 미리 물색해 둔 고급(?)진 고깃집에 갔다
언니 말대로 꽤 고급지고 맛이 좋았다 삼남매 모두 삼십대가 되었기에 구워주지 않는 고깃집엔 힘에 부쳐 아니간다
느끼한 속을 잡아주려 한라봉과 레드향을 사서 아파트로 왔다
막내는 익숙한 듯 파자마로 갈아입고 침대로 돌진했고 난 사진으로만 보던 이방저방을 둘러보며 새 집을 구경했다
각종 가구와 전자제품 등을 가족들이 하나씩 사 준 거여서 그래도 싼티가 나지도 않고 초라하지 않게 꾸며져 있었다
넓직한 거실에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조금 감동했는지도 모르겠디 . 
다음날엔 막내는 여친에게 갔고
남은 솔로들은 다시 에너지 충전하여 쇼핑하러 가야했다
언니가 어렵게 뽑아낸 시간이니만큼 그간 사고싶던 것을 사러 가야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원하는 것이 있는 곳은
명동이었다 오마이갓 명동에 가 본지가 얼마였던가?
막내는 명동에 같이 가자고 할까 봐 겁이 났는지 서둘러 세이굿바이했고 남은 둘은 전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자동차를 전철역에 세워두고 전철에 자릴 잡고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나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세먼지로 자욱한 명동은 예전과 변한 것이 거의 없긴 했지만 뭐가 좀 어색한 기운이다
백화점에는 사람들로 터져나가려 한다 쇼핑보단 배를 채워야 했다 고가의 물건을 사려니 기운이 달렸는지
우린 식품관에서 김선생김밥을 입 속 비좁게 밀어넣고 쇼핑할 물건에 대해 고민하며 토론했다 
단순하면서도 없어봬는 시간 갉아먹기였다 엄마한테도 전화해서 물어보았지만 거기까지나 갔는데 사와야 한다 하신다
베키아앤누보에서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가격이 1.5배는 비싼 스페니쉬라떼를 주문했는데 
오우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다시 입을 헹궈야 할 정도로 맛이 별로였다
언니는 결국 고민하던 물건을 손에 넣고 그냥 귀가하기 아쉬우니 남대문시장에 가 보자고 했다
얼마 전 시청했던 다큐삼일에 출연하셨던 할머니도 계시고 남대문 시장은 역시나 구경할 게 쏠쏠했다
4월에 본가에서 언니네 들일 물건들을 싣고 차를 몰고서 다시 언니네서 모이기로 했다
언니네 새 집 구입은 남들 다 겪는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나름의 작은 이벤트가 된 것 같다 씁쓸하게도 .
3. 봄인데도 아직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할 만큼 차다
교정기를 여적 떼어내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그래도 올해는 마무리가 될 듯하다는 교정치과 의사의 말에 오늘은 시간을 내어
충치치료 치과에 다녀왔다 충치치료를 위해 시작하게 된 교정치료가 일이 너무 커져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간 사랑니 네 개를 뽑았고 생니 두 개를 또 뽑고 잇몸에 나사도 두 개 박았었지
올해는 이런 것들을 다 마감하고 활짝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이 내게 주어지면 좋겠다 진짜.
4. 책상 위에 놓여진 분홍색 호접란이 척박한 사무실에 봄 기운을 보태주는 것 같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색의 분홍색인데 그나마 그렇게 봉오리를 터뜨려 꽃을 맺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일까? 
괜히 우울해하거나 외로움을 체험하려 하지말고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어보자 다짐해 본다
월요병 걸려서 출근한 월요일의 사무실에서도 책상 위 쌓인 서류뭉치들과 전화벨 소리에도 짜증내지말고
즐거운 이야기와 좋은 사람을 발견하면서 이 봄을. 내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던 봄을 견뎌 보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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